김대웅은 주변 인물이나 사물을 면밀하게 관찰함으로써 특정 대상의 상황이나 감정을 포착하고 이를 조명한다. 대상을 관찰하고 포착하는 행위는 본인의 경험과 기억을 회상하고 자아를 찾는 일련의 과정으로, 이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나간다. 유학생, 어린 아이, 음식 등 다양한 피사체를 매개체로 전달되는 메시지에는 작가의 정서가 투영되어 보는 이로부터 고유의 기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김대웅은 영국 런던예술학교와 왕립예술학교 사진학 석사를 졸업했으며 영국 호스트 갤러리에서의 그룹전 “Foto 8 Summer Show”(2011)를 시작으로 다양한 그룹전에 참여해왔다. 영국 유학 중 선보인
(2011)은 문화적 이질감에서 오는 외로움 등 오랜 타지 생활을 경험하며 느낀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유학생의 일상을 통해 제3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작업이다. 김대웅은 실제 학생들이 생활하는 사적인 공간 안에서 대화를 통해 친밀감을 형성한 후,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오랜 시간 그들의 일상을 관찰하며 습관적으로 취하는 표정, 행동 등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촬영했다. 사진 속 인물들은 학교나 도서관에서 우연히 마주친 유학생으로, 소통이 단절된 공간에 홀로 남아 가족, 친구들과 통화를 하거나 한국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외로움을 해소하는 그들의 일상은 작가의 오랜 유학생활을 대변한다.
(2012)은 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업으로 가족의 부재로 집에 홀로 남겨진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다. 부모님 없이 혼자 시간을 보내는 무표정한 아이들의 모습은 어린 시절 부모님의 맞벌이로 홀로 많은 시간을 보냈던 작가의 경험과 중첩되어 과거의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아이를 안고 눈물을 흘리는 젊은 여성은 자주 만날 수 없는 남편과 아이를 그리워하는 애잔한 눈빛과 표정을 포착한 것으로, 유학 중 떨어져 지낼 수 밖에 없었던 어머니와 본인의 상황을 상기시킨다. 이처럼 유학생, 어린 아이, 젊은 여성 등 작가가 포착한 인물이 처한 상황은 작가의 유년기 및 유학 시절 경험에 비유되어 보는 이로 하여금 연민을 자아낸다. 한결같이 누군가를 기다리듯 어느 한 곳을 응시하고 있는 사람들의 시선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반영한 것으로, 소통이 단절된 현대사회의 이면을 드러낸다. 현대사회는 무분별한 자원 개발과 도시화, 산업화로 인한 급속한 변화로 상호 인간관계를 단절시키고, 소통의 부재를 야기한다. 작가는 이러한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특정 공간에 홀로 남겨진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단적으로 보여준다.
(2013-2014)는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어머니의 음식 재료를 본인의 공간에서 연출 없이 촬영한 정물 사진 시리즈로, 할머니의 별세로 인해 아버지가 느낀 슬픔과 그리움에서 시작되었다. 작가는 할머니를 떠나 보낸 후 깊은 상실감에 잠긴 아버지의 모습에서 모성의 위대함을 인지했으며, 이는 당시 유학 중이었던 자신과 어머니의 물리적 거리를 실감하게 했다. 김대웅은 타지에서 생활하는 본인을 위해 어머니께서 보내주신 익숙한 음식을 통해 과거를 회상하고, 이를 통해 어머니와 자신의 관계, 그리고 과거와 현재를 연결 짓고자 한다. 영양이 고루 갖춰진 음식은 작가에게 강한 모성을 상징하는 동시에 과거의 기억과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이다. 작가는 자신이 생활하는 공간 안에서 앵글의 변화를 주는 등 촬영 방식으로 개인의 감정 및 사적인 메시지를 피사체에 이입시키며 이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에 접근한다.
이번 전시는 김대웅 작가의 첫 개인전으로 인간관계의 부재와 소통의 단절로 야기된 인간의 감정을 주변 인물과 사물의 모습을 통해 보여준다. 또한 각각의 시리즈는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 본 현대인의 정서를 포착하는 동시에 관람객 개개인의 경험과 기억을 불러일으키며 소통의 통로가 된다.